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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변호사법률신문칼럼] 패소의 풍경

작성자
jay529
작성일
2022-12-12 21:15
조회
3320
법조프리즘

패소의 풍경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입력 : 2020-02-27 오전 9: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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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개업 후 얼마 되지 않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중 일명 ‘상간자 소송’의 피고 측을 대리하게 됐다. 우리 측 의뢰인은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원고의 배우자와 내연관계를 유지했던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도의적으로 원고에게 혼인파탄으로 인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원고의 배우자가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파탄의 위자료를 이미 지급했다면 법적 책임은 도의적 책임과 정반대의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필자는 원고의 전 배우자에 대한 증인신문까지 하며 이혼 당시 원고의 전 배우자가 피고와의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모두 지급했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사실여부를 떠나 피고가 추가적으로 위자료를 지급해야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입증했다. 변론이 종결되고 판결 선고를 기다리기만 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한 푼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변호사비용청구까지 가능한 완벽한 승소와 성공보수가 기다리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우리 의뢰인은 승소를 거부하고 일정부분의 위자료를 지급하기를 원했다. 수년 전 저질렀던 과오 때문에 오랫동안 죄책감을 가지고 노심초사 지내왔는데 원고에게 사죄할 기회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결국 완벽한 승소가 예상되는 사건이었음에도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피고가 원고에게 일정부분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건은 원만히 마무리 됐다. 전부승소 했다면 받았을 성공보수는 대폭 삭감됐지만 말이다.

 

‘승’, ‘패’ ‘일부 승’으로 간명하게 기록된 소송의 종국결과에는 다양한 풍경이 있다. 결국 변호사의 능력은 승소율로 판단되는 것 같지만, 가끔은 질 수밖에 없는 사건을 반드시 이겨주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승’, ‘패’를 넘어 과오를 저지른 누군가에게 사죄와 반성의 기회를 주는 것이 승소보다 값진 패소의 뒤 풍경이 아닐까한다.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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